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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지츠라]화이트 크리스마스

W.월영(月影:香)

*

비가 내리는 것보다도 눈이 내리는 것은 대지에게는 그저 동상의 아픔이지만 인간들에게는 고요한 설렘이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은 풋풋했던 첫 사랑과 같은 두근거림을 가져다준다. 아름다운 캐롤송의 선율과 사람들의 미소를 타고 내리는 눈은 그 어느 때 내리는 눈보다도 더 반짝거리며 순수해 보인다. 크리스마스는 본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이지만, 어린 아이들이 어린이날만큼이나 좋아하는 기념일이자 가족, 연인들의 기념일이기도 하다. 점점 커갈 수록 그저 종교적 기념일일 뿐인데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카츠라 그 녀석은 무엇이 그렇게도 좋은 건지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집안을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꾸며버렸다. 큰 별이 달린 트리, 크리스마스 리스, 포인세티아 화분까지…….

 

카츠라는 나와 동거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맞는 크리스마스라며 이것저것 잔뜩 준비를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사람들이 많이 외출을 하는 만큼 사건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찰인 나로서는 당최 일을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막상 카츠라에게 꺼내자니 미안한 감정이 목을 메어왔다. 결국 크리스마스 며칠 전까지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로 끙끙 앓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는지 카츠라는 자기 전 침대에서 나의 손을 꼭 잡아오며 조심스레 질문을 했다.

 

“히지카타, 너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요즘 표정이 어두워. 혹여나 감기라도 걸린 것인지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그게 사실…….” / “왜?”

“크리스마스에 당직이라서 너와 크리스마스를 못 보낼 것 같아. 아무리 조정하려고 해봐도 말이야 쉽지 않네. 네가 많이 기대했는데……. 미안하다.”

 

카츠라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카락을 그대로 쓰다듬었다.

“설마 내가 이 정도 일로 화낼 줄 알았던 거야? 히지카타, 너는 경찰이잖아 시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당연해. 너는 내 연인이기 전에 이 나라의 경찰이니깐 당연히 그 정도는 내가 배려해야지.”

“고맙다, 즈라. 그래도 24일은 쉬니까 그때는 하루 종일 함께 있자.”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야.”

“싱겁기는.”

 

그대로 나는 카츠라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카츠라는 부끄러웠는지 몸을 휙 돌리며 수면등을 껐다.

 

아침 햇살이 싱그럽게 우리를 반겼고 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옆에 누워있는 카츠라는 조금 피곤했는지 눈을 비비면서 다시 잠들어버렸다. 곤히 잠든 카츠라를 깨우기는 미안해서 나는 부엌으로 가서 쌀을 씻고 밥을 안쳤다. 간단히 된장국을 끓이고 텔레비전을 켜 놓았더니 시계가 7시 30분을 가리켰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안방에 들어가 그대로 눈을 비비다가 잠든 카츠라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즈라, 일어나. 7시 30분이다.”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

 

일어나지 않는 카츠라를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카츠라, 네 놈은 검사로서 자각이 없는 거냐! 이래서 검사가 될 수나 있겠어!”

“으억! 오보로 선배! 하아……. 히지카타, 너였냐…….”

 

카츠라는 깜짝 놀라며 일어났고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무심코 카츠라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카츠라는 조금 화가 났는지 볼을 부풀린 채로 비틀거리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내가 차려놓은 밥상을 보고 크게 놀라며 박수를 쳤다.

 

“이거 진짜 네가 한 거야?” / “그럼.”

 

나는 자신 있다는 듯 밥을 가리키며 손짓을 했고, 앞치마를 벗어 의자에 걸치고 밥상에 앉아서 젓가락을 들었다.

 

“많이 늘었네? 먹어줄만 해.”

“맛있다고는 안하네.” / “아니, 맛있다고.”

 

카츠라의 농담에 얄밉다가도 호쾌하게 웃는 모습에 그저 미소를 지으며 밥그릇에 마요네즈를 뿌렸다. 카츠라는 그런 내 모습이 질린다는 듯 나를 바라봤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서는 젓가락을 들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카츠라와 내가 같이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중학교 때부터 이어진 앙숙 관계에 주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고는 했다. 고등학교 학생회와 선도부의 의견 충돌부터 기 싸움까지 사실 누구보다도 서로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기도 했다. 그런 관계가 풀리기 시작했던 것은 고등학교 마지막 크리스마스. 우리는 누가 더 많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지 경쟁을 했고, 그 승부는 무승부로 끝났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고등학교 3학년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예고하듯 많은 눈이 내렸다. 나는 책상 앞에 있는 선물 하나를 두고 깊이 고민을 했었다. 나는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정작 주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선물을 전달하지 못했다. 내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혼자 속으로 좋아하던 카츠라에게는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었다. 그랬던 내가 자존심을 고이 접어두고 한밤중에 외투도 걸치지 않고 선물만 든 채 밖으로 뛰어 나갔던 것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늦은 시간에 뭐 하러 왔어. 옷도 하나 안 입고……. 일단 들어와.’

‘아니다. 이거……. 받아라.’

‘이게 뭔데?’ / ‘보면 모르냐. 바보야, 선물이잖아. 결국 네가 이겼네.’

 

나는 부끄러워서 허공을 바라본 채 선물을 대강 던져주고 뒤로 돌아섰다. 그때 그 녀석은 내 팔을 잡아당겨 내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 후에 서로 어쩔 줄을 모르며 말을 얼버무리다가 다시 눈을 마주치자 제대로 키스를 했다.

 

‘젠장, 좋아한다고…….’

 

나는 짧은 고백을 끝내고 부끄러워 도망치듯 달리던 그 해의 크리스마스 이브를 잊지 못한다. 그 이후로 우리는 학교에서 비밀연애를 시작했고 그 관계가 지금 이렇게 발전했다. 만약 그때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우리가 이렇게 될 수 있었을까 간혹 생각하곤 한다. 그렇게 같은 대학교를 가고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 원하는 꿈을 향해 달려 나갔다. 결국 나는 원하던 경찰이 되었고, 카츠라는 검사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학교 갈 거지? 같이 가자. 바래다줄게.”

 

나갈 준비를 끝내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같이 손을 잡았다.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며, 카츠라는 자기가 다니는 학교의 이야기를 했다. 즐거워 보이는 표정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오보로 선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무섭다니까? 예전에 학생회에 계실 때도 얼마나 무서웠는데……. 긴파치 선생님도 유난히 오보로 선배를 피해 다녔잖아.”

“그 선배도 여전하군. 내가 선도부로 처음 들어왔을 때 어쩌다 학생회에 볼일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엄청 째려보더라.”

“아, 그때? 웃고 계셨는데? 선배가 워낙에 표현을 못하시잖아. 그러고 보니 너도 그러네?”

“아, 아니거든?” / “닮았단 말이지…….”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나는 카츠라를 학교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밝게 손을 흔드는 그 녀석을 보며 나는 뒤로 돌아 경찰서를 향해 걸었다. 경찰서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앉았다.

 

“여, 히지카타. 오늘도 좋아 보이네요? 쳇…….”

“오늘도 지각이냐! 그리고 무슨 쳇은 쳇이야!”

“곤도 상!”

 

나를 무시한 채 곤도 상에게 달려가는 모습이 어쩐지 짜증난다. 이를 시작으로 여느 때와 같은 하루가 흘렀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니 만큼 힘이 부치기도 하지만 그만큼 보람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퇴근할 준비를 하려고 옷을 갈아입는데 갑자기 오키타가 달려왔다.

 

“히지카타 상! 오늘 야간근무 좀 바꿔주시죠?”

“싫은데.”

“누님이 내일 퇴원하셔서 집 청소도 해야 하고 문병도 가야해서요. 누님 혼자계시면 쓸쓸하니까…….”

“쳇, 알았다. 안부 전해달라고.”

“네, 그럼 수고하십쇼.”

 

오키타가 옷을 갈아입고 나가버렸고 나는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와 핸드폰을 열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 수신음이 들리자마자 카츠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오늘도 야간 근무야?”

“어……. 그렇게 되었다. 미안해……. 저녁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지?”

“아냐, 이제 막 먹으려고 했어.”

“미안하다.”

“괜찮아. 그나저나 오늘 추운데 잊지 말고 목도리하고. 피곤할 텐데 수고해.”

“응, 잘 자고……. 사랑한다.” / “나도.”

 

짧은 통화가 끝나자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나는 품속에서 담배 하나를 꺼냈고 이내 라이터로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새벽 순찰을 돌며 술에 잔뜩 취해 서로 싸우는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새벽에도 이어지는 많은 일과에 피곤이 몰려왔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서가 조용해졌고 야간 근무를 하는 동안 처음으로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한 시름 놓고 책상에 앉아 일지를 작성했다. 그런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인지 곤도 상이 갑자기 나를 불렀다. 나는 졸았던 것인지 몽롱한 상태로 대답을 하자 곤도 상은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 가 봐. 나머지는 내가 할게.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브 잘 보내고.”

 

7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보며 나는 옷을 갈아입고 나와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카츠라가 수고했다며 나를 반겼다.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머리카락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랑스러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고 옷을 대강 벗어둔 채 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카츠라가 나가는 문소리가 들렸고 그대로 나는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보니 이미 카츠라가 집에 와서 청소를 하고 있었다. 머릿수건을 쓴 채로 먼지떨이를 들고 있는 그의 모습이 순간 귀여워보였고 나도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청소기를 들었다.

 

“아냐, 내가 할게. 그만 쉬어.”

 

카츠라를 소파에 앉히고 나는 빠르게 청소를 끝냈다. 해는 어느새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고 시계를 보니 6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결국 제대로 함께하지도 못했네.”

“무슨 소리야? 히지카타, 지금부터 시작이지. 원래 크리스마스는 밤에 빛나는 법이라고.”

 

식탁 위를 보니 와인과 함께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올려져있었다. 사실 둘 다 단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기념일만 되면 꼭 케이크를 샀다. 평소 같았으면 어린애나 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한 술도 뜨지 않았을 것을 이상하게 카츠라와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는 같이 케이크를 만들기까지 했다. 연애를 하고 나서 어린애가 되어버린 것일까 무미건조하던 일상에 설탕을 뿌린 듯 달콤한 일상이 시작되어버렸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표현을 하지 못하던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 고백을 할 정도였고, 주변에서도 나에게 까칠하던 내가 많이 유순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와 카츠라는 같이 식탁을 차렸다. 잘 꺼내지 않던 와인 잔을 꺼냈고, 비싸다며 잘 먹지 않았던 스테이크를 만들었다. 붉은 빛의 테이블보를 꺼내 식탁을 세팅했다. 적당하게 구운 소고기를 두 접시에 올려놓았고 샐러드를 그릇에 보기 좋게 담았다.

 

“맛있겠네.” / “응, 수고했어.”

 

나는 촛대와 초를 가져와 불을 켰고 자리에 앉았다. 와인 오프너로 코르크 마개를 열고 카츠라의 잔에 와인을 따르자 이내 카츠라도 나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메리 크리스마스.” / “아니지, 미리 크리스마스겠지.”

“방금 그거 농담이지?” / “응, 토시로.”

 

우리는 크게 웃으며 와인 잔을 부딪쳤다. 은은한 불빛과 함께 와인 잔의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카츠라와 나는 같이 준비한 만찬을 즐겼다. 그러다 갑자기 카츠라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작은 선물 상자를 들고 왔다.

 

“히지카타,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나는 선물을 받아 리본을 풀고 포장지를 벗겨냈다.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검은 색의 가죽 장갑이었다. 꽤나 비싸 보이던 그 장갑을 껴보니 손에 꼭 맞는 것이 따뜻했다.

 

“매일 추운데서 일하잖아. 그 장갑 끼고 일하라고.”

“고마워. 그런데 어쩌지? 미안, 선물 준비는 못했고 대신에 이거…….”

“온천 여행권?” / “응, 오키타가 갔다 오라고 줬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네. 같이 여행 한 번 못 갔잖아. 이번 기회에 실컷 쉬다가 오자.”

 

카츠라가 밝게 웃자 나도 따라 크게 웃었다. 바쁘다는 이유 하나로 같이 대학교 때부터 한 번 제대로 여행하지 못했었다. 카츠라는 남미 배낭여행을 꿈꾸고 있었지만 당시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여행은커녕 제대로 놀 수도 없었다. 물론 카츠라는 그런 나를 응원했지만 연인들이 다들 한다는 것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경찰이 되어 더 바쁘게 살아버렸으니

내심 속상했을 것이다.

 

“미안해, 나 때문에 여행도 못 가고. 앞으로 네가 검사되면 더 바빠질 텐데……. 시간 한 번 못 내고…….”

“대신에 같이 시간 보내려고 동거하는 거잖아? 너무 마음 쓰지 마.”

 

나는 미안한 나머지 식사를 끝내고 아무 말 없이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다가 카츠라가 갑자기 뒤에서 와락 안아오며 갑자기 내 귓가에 대고 ‘사랑해’라고 속삭였다. 나는 설거지를 끝내고 그대로 카츠라를 안은 채 침대로 데려갔다.

 

“반칙이라고. 그러는 거…….”

 

나는 얼굴을 붉히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카츠라를 침대에 눕혀두고 나도 침대에 이불을 덮고 들어갔다. 은은한 수면등의 불빛 아래 손을 마주잡은 채 서로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멍하니 꺼진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나는 적막을 참지 못하고 텔레비전을 켰고 텔레비전에서는 드라마의 키스신이 나오고 있었다. 더 어색해진 분위기 속에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을 따라 나도 카츠라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부드러운 민트 향이 입 안을 채웠고, 점점 거칠어지는 숨결에 입술을 떼고 서로를 바라보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즈라.”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라니깐…….”

“어, 즈라. 밖에 눈 온다.”

 

내 말에 카츠라가 놀라며 창가로 달려갔다. 가로등 불빛 사이로 눈송이가 하나 둘 하얀 빛을 내며 거리에 떨어져 쌓이기 시작했다.

 

“올해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그때 이후 처음이지?” / “응.”

 

옆에 놓인 시계가 12시 정각을 향해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창밖을 바라보며 카츠라를 꼭 안았다. 눈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미소 짓는 카츠라를 보며 왜인지는 모르지만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사실 선물 시합 무승부였어.”

“뭐?”

“내가 네 선물 준비했었으니까.”

 

카츠라의 뜬금없는 말에 나는 놀라며 카츠라를 바라보았다. 카츠라는 장난스럽게 내 입술에 입을 맞추며 조곤조곤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선물 경쟁만 하지 않았으면 그냥 평범하게 선물을 주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일이 꼬여버렸지. 그러다가 시간은 다 지나버렸고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네가 왔어.”

“그러냐?”

“사실 굉장히 기뻤었는데 일부러 차가운 척 연기했지. 선물은 지금까지 내가 잘 쓰고 있고.”

“뭐야 치사하게. 괜히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했던 거 아냐.”

“그래서 지금 이렇게 사귀고 있잖아.”

“그래서 선물은? 내 선물은!”

“비밀이야.”

 

카츠라의 그 말에 나는 실망했지만 함께 있음에 감사하며 카츠라의 손을 잡았다. 마주잡은 두 손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나는 카츠라의 손 등에 그대로 입을 맞추었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누웠다. 카츠라를 꼭 안으면서 속으로 작게 소원을 빌었다.

‘이 사랑스러운 행복이 영원하기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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