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12 Happy birth day
Yang Si Baek
“…사랑하는 시백이의, 생일 축하합니다!"
모두 함께 입을 모아 부른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자 종이 폭죽이 펑펑 터지며 색색의 긴 끈들이 주변으로 쏟아졌고, 생일 파티의 주인공 양시백은 자리에서 살짝 일어나 케이크 위에 꽂힌 촛불을 후후 불어 모두 껐다.
“생일 축하한다. 시백아."
“생일 축하해!"
“축하한다, 양시!"
“…감사합니다!"
양태수는 평소 시끌벅적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아이들뿐만 아니라 최재석과 그의 친구들까지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시간을 내 선물을 마련하고 생일 파티에 수고스레 참석한 것에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증거로 오늘의 주인공인 양시백은 그 어느 때보다 들뜬 기색으로 친구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떠들고 있었는데, 아빠로서 바라만 보아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크, 유치원 때 양시를 처음 본 거 같은데 벌써 열 살이란 말이야? 쑥쑥쑥 잘도 크네."
“얼굴은 그대로고 키만 큰 거 같아. 애들은 다 그런가?"
“어허, 정은창. 우리 양시, 얼굴 얘기는 민감하니까 조심해."
“내참, 재석이 너, 그래도 삼촌이라고 챙껴주는구나?"
“상일아. 누누이 말하지만, 삼촌 겸 작은 아빠라고."
“…삼촌인지 작은 아빠인지 둘 중 하나만 해라."
“다들, 고맙다. 솔직히 재석이 녀석 외에는 별 기대를 안 했거든."
“섭섭하게 왜 그러세요. 재석이 녀석이 시백이를 조카처럼 챙기듯이 저도 조카처럼 생각하고 있는 걸요. 혜연이도 그렇고요."
“…왜 은근슬쩍 나는 빼는 건데?"
“미안, 미안. 정은창도요."
양태수는 외아들로 형제라고는 없었다.
친척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교류가 없었던 터라 앞다투어 시백이 삼촌을 자청하는 말에 동생들이 있었더라면 이렇게 가깝고 친근했을까 상상하다가 곧 미소 지었다. 그러다가 식사를 끝낸 아이들이 케이크를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내는 것을 얼른 알아채고는 케이크용 칼로 케이크를 똑같이 잘라 아이들 몫의 접시에 각각 나눠주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포크질 하는 양시백에게 물었다.
“시백이, 집에 와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 했니?"
“응! 이렇게 와준거랑, 선물 준 거 고맙다고 했어."
“혜연이랑, 태성이랑, 와 줘서 고맙다."
“아니에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
“주황이 옆에 모자 쓴 친구는 이름이 어떻게 되니?"
“어……."
“허건오요. 건오."
잠시 머뭇거리는 모자 쓴 아이 대신 양시백이 대답했다. 양태수는 그 익숙한 반응에 -제 얼굴이 어른도 흠칫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는 것- 쓴웃음을 지었다.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잠시 침묵이 흐르자 양시백이 말했다.
“내가 우리 아빠랑 똑같이 생겼다니까 꼭 한 번 보고 싶다더니…키 커서 놀랬냐?"
“아니거든! 너랑 똑같이 생겨서 놀랬다 뭐!"
“놀란 건 맞네 뭐."
“그러게."
“아이 씨, 고릴라 너 자꾸 그럴래?"
“자, 얘들아, 싸우지 말고 게임하고 놀자."
어디서 가져온 건지 부루마불 종이상자를 내민 최재석이 아이들 사이에 쏙 파고들었다.
한숨 돌린 셈이었다.
“아저씨가 은행 역할 해 줄게. 3등하는 사람까지는 과자 사 준다!"
“좋았어, 내가 1등할 거야!"
“서울 사는 사람이 1등이지!"
“재석 아저씨도 같이 해요!"
“그럴까? 어쩔까, 시백아? 삼촌 끼면 부루마불 이기기 힘들 텐데?"
“꼭, 이길 거야!"
최재석은 부루마불 상자를 들고는 아이들과 함께 작은 방으로 들어갔고, 양태수는 초토화 된 거실에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재석이, 인기 좋네. 조금 부러워."
“그러게요. 애들이랑 잘 놀아줘서 그런가? 근데 게임하면 그 인기가 눈 녹듯 사라질 걸요.”
“왜?"
“저 녀석, 게임 잘하거든요."
“…설마. 애들이랑 진심으로 하려고?"
-우왁, 삼촌!!
“……."
“……."
“…진심으로 하는 것 같은데요."
정은창은 고개를 저었고, 양태수는 정신을 차리곤 거실을 치우는데 집중했다.
***
“시백이, 오늘 즐거웠니?"
“응.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친구들이랑 삼촌이랑 잔뜩 놀고…최고로 행복했어!"
“다행이네."
양태수는 최재석이 아이들 모두에게 과자를 사 주고 -결국 최재석 본인이 1등인지 2등인지 한 모양이다- 생일파티가 파한 뒤에도 정리하는 것을 돕고는 아이들과 놀던 그 작은 방에서 장렬히 곯아떨어진 것을 떠올렸다.
“그럼 내년에도 생일파티 할까?"
“음……."
“싫어?"
“싫지는 않지만, 아빠나 삼촌들이 번거로울 거 같아."
양태수는 아직 어린데 벌써부턴 그런 걱정을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에 놀라다가 곧 양시백을 안아 올렸다.
“일 년에 한 번, 친구들 초대해서 먹고 떠드는 거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시백아."
“진짜?"
“진짜로."
손이 닿는 거리에 있는 아이.
아빠, 아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
마냥 비행기를 태워주기에도 묵직해진 몸무게.
아이들 특유의 새소리처럼 까르륵 거리는 웃음소리.
양태수는 그 모든 것들을 자신이 영영 누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하루하루가 선물 같았다. 자신이 느끼는 행복감을 전해주고 싶었다. 이제껏 챙겨주지 못 했던 많은 생일들의 몫도 앞으로도 쭉 챙겨주고 싶었다.
“사랑한다, 시백아."
양태수는 품에 안은 아들의 온기에 새삼스레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웃어보였다.
“나도 사랑해, 아빠."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팡팡 작게 토닥인 양시백 역시 활짝 웃었다.
“내일 일요일인데, 놀이공원 갈까?"
“좋아. 아빠랑……삼촌도?"
“삼촌은…내일까지 안 곯아떨어지면 물어보자."
“응!"